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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8주년, 가마귀 싸호는 골에 백로가 가지마라!

기사승인 2023.05.16  14: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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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지족(五唯知足)의 삶에 작은 풍랑을 만나다

 어설픈 기자의 치기에 중립성을 잃고 아내의 만류를 무시한 댓가가 오유지족(五唯知足)의 평화로운 삶에 작은 풍랑을 만들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기자로 살아오면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생활했는데 한순간의 어쭙잖은 정의감으로 다툼의 중심에 서게 됐다.

 생애 처음으로 간 언론중재위원회. 무엇이 진실인지 알수 없는 미궁에 휩싸이며. 가슴의 답답함이 중첩되어 긴 한숨만 하염없이 흘러 나왔다.

 어찌 시간이 흘러갔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단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럽고 피곤함이 온 몸을 짓누른다.

 하나의 조정과 하나의 법정다툼 예고로 갑절의 시간이 지나고 큰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동대구터미널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걸으면서 불현 듯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 영천 이씨가 아들을 걱정하며, 지은 시 ‘백로가’가 떠올랐다.

 ‘가마귀 싸호는 곳에 백로가 가지마라. 성낸 가마귀 흰 빗츨 새올세라. 청강에 급히 씨슨 몸을 더러일가 하노라’

 예전에 아내가 두아들을 생각해서 남의 다툼에 괜한 오지랖 피우지 말고 못 본척 하라는 말을 잔소리로 치부한 일이 돌아보니 후회막심이다.

 한편으로 앞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누군가의 억울함에 불의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 하는가!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아무생각 없이 참새가 지저귀든 말든 그냥 살아가면 되는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가!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공공의 이익과 진실이라는 두글자를 화두로 삼아 비록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지런히 살아온 지난 시간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차라리 사람을 보지 않고 돈길만을 쫓으며, 살아갔다면 무능한 아비는 면했을텐데 무책임한 의기가 두아들과 아내의 걱정거리가 되어 버렸다는 자책감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명확한 정답이 없는 생각 끝에 도착한 동대구터미널, 환하게 반겨주는 큰아들의 얼굴에서 현재와 미래의 불안함은 자취를 감추고 안도감을 느낀다.

 또한 철없는 둘째아들의 응원문자와 전화기 너머 ‘수고했다’는 아내의 응원이 작은 위로가 되어 처진 어깨를 토닥인다.

 숨 막히게 답답한 하루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린 잠시의 혼란이 충만한 가족사랑으로 치유받고 작은 불빛이 되어 나를 이끈다. 

예천e희망뉴스 webmaster@ycehn.net

<저작권자 © 예천e희망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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