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피폐화 가속
도기욱 경북도의원이 21일 대구·경북 통폐합과 관련해 대구신문에 특별기고한 내용을 본 희망뉴스에 전해와 지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 그대로 옮겼다.
■ 아래는 특별기고 내용 전문이다.
▲ 도기욱 도의원 |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존 입장을 바꾸고 갑작스럽게 제안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통합기한부터 정해놓고 화려한 상차림을 준비 중이지만 진행과정이 순조롭지만 않다.
경북도청 이전으로 신도시 조성 등 북부권 균형발전에 기대를 걸던 경북 북부권이 실망과 불안감을 표시하자 북부권을 통합행정복합도시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청사를 현 상태로 유지하고 국가행정기관 및 산하 공공기관들을 이전하며 어느 한 곳 손해없는 행정통합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대구시의 TK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대구 인근에 위치한 경북 12개 기초단체가 대구청사 관할로 배치됐다.
경북청사는 안동과 예천을 포함해 단지 7곳만 관할토록 제시했다.
‘경북(慶北)’이라는 명칭만 존치할 뿐 사실상 700년 역사를 거쳐온 큰집 주인인 ‘도(道)’의 해체나 다름없다.
행정복합도시 조성 카드를 꺼내놓고 온갖 희망적인 메시지로 북부권 도민을 현혹하더니, 곰곰이 따져보면 수시로 계획이 바뀌고 이를 또 다른 궁여지책으로 도민의 시야를 가리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
언론보도 당일 경북도는 “합의된 법안이 아니다”고 바로 발표했지만 이미 도민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방분권과 자치 강화를 위해 대구와 경북이 분리된 후 4번의 강산이 변했다.
저출생·고령화 등 세계적 인구감소 추세에 우리나라도 비껴갈 수 없었고, 지방소멸과 수도권 일극체제를 동시에 타파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40년 만에 다시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주장이 두 단체장에게서 나왔다.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은 국내에서도 사례가 없고, 해외에서조차 찾아보기가 힘든데, 3개월 사이 쾌도난마(快刀亂麻)식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한 지 14년 차를 맞았다.
기초단체 간 통합이긴 하나 주의깊게 살펴보면 얻을만한 시사점이 꽤 많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초 행정 중심이기 때문에 기초 간 행정통합은 행정·재정적, 주민 복지적 차원에서 성공적일 것이라 기대됐다.
그러나 통합 14년째를 맞이하는 창원시는 보통교부세 산정 특례 뿐만 아니라 대도시 특례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범 이후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등 세출 증가로 인해 지방채 발행이 추가되었다고는 하나, 공식적으로는 채무도 증가했고 통합 당시 110만 정도의 인구는 100만명 유지도 위험한 상황이다.
그에 비해 통합에 대한 후유증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통합 3년차 되던 해에 마산시를 다시 분리하자는 건의안이 나왔고, 통합 4년차에는 진해시를 분리하자는 말이 나오는 등 현재까지도 주민들의 화합은 어렵다.
산업 구조의 재편이나 시설 확충에 있어서도 지역적 갈등을 조정하기 쉽지 않다.
통합인센티브와 비용 절감을 따져 7천600억 정도의 혜택이 있었으나 시민들이 그 만큼의 행정통합 편익을 체감했는지, 공공서비스 질이 더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었다는 자타의 평이다.
만일 3개 지역이 통합을 하지 않고 각각의 기초지자체로 14년을 지내왔다면 재정이나 주민 복리 등 상황이 현재보다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 여론이 높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최초 광역 행정통합이라는 유례없는 방책을 내놓고, 통합에 대한 장밋빛 희망만을 부각시키며 지역소멸의 유일한 해답이라고 시·도민들을 선동하는 상당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통합의 가장 큰 이점으로 꼽는 특례와 교부금 등의 추가 인센티브 확보로 통합 초기에는 재정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 세수 감소나 반사적 불이익에 대한 타 지자체의 입장 등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한시적이기 때문에 이에 의존한 경쟁력은 미봉책일 뿐이다.
정부가 통합을 부추기는 이유도 결국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예산 절감 때문이지 않은가?
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기구·정원을 감축해 행정 비용을 절감시키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광역 행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도민과의 접근성은 멀어져 혼란만 가중될 뿐 공공서비스 질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 정수도 점차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도민의 편익과 복리 증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합이 되면 각종 생활 편의와 문화공간이 잘 갖춰진 대구로 각종 상권과 경제생활권이 쏠리는 것은 경제적 이치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논리다.
통합하기 전에야 북부권과 소외 지역에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겠지만, 당장 몇 년이 지나고 정치적 환경이나 시대상황이 변하면 10을 바꿔야 하는 열악한 지역보다 9가 갖춰진 데 1만 바꾸면 되는 지역에 효율성 명목으로 계획이 수정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러한 중차대한 일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이 번복된 것만 봐도 타당한 의심이 든다.
가뜩이나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이 기울어진 마당인데 우리 도민들은 대구경북 내에서 또 이중쏠림 현상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구권은 사람·자본·정보·기술들이 집적되고 각종 민간·공공투자가 집중되면서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반해 경북은 ‘빈익빈’ 현상으로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그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및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해 세종특별자치시 건설, 혁신도시 조성 등 여러 노력과 시늉이라도 보여왔다.
반면 대구권 쏠림이 자명한 TK 행정통합은 시대를 역행하고 균형발전을 저해하며, 그동안 애써 쌓아온 지방자치의 성취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재조산하(再造山河)에 버금가는 중차대한 행정통합이 연신 언론에 발표되는 장밋빛 미래가 아닌 260만 도민들의 제살만 옴팡지게 깎아먹고 나아가 뼈까지 내주는 상황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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